KJ라는 이름은, 실은 가장 싫어했던 이름이기도 했다.
분명히 좋은 취지로 미국에 갔었지만
옘병알
왜 갑자기 FBI가 날 폭탄테러범으로 지목하는거야.
이거 무슨 영화도 아니고
순간 나는 그 당시에
[옘병 이거 내가 살아남을라면 프리즌 브레이크라도 찍어야하나]
라고도 생각했었다.
뭐, 결론적으로 말하면 스테이플스 센터 옆의 건물에 들렀다가
아주 심한 오명을 한번 입을때
그것들에게 있어선 민증이라 칠수 있었던
내 여권을 보고
[KJ]라고 대놓고 부르더라.
그런데 지금 왜 그 이름을 부르냐고?
그럴 이유가 또 있다.
본의는 아니지만 나는 가이드 업에 종사하게 돼 버렸다.
뭐, 그런 큰 회사가 아니고, 그냥 배낭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전통있는(있었나, 옘병?) 가업이다.
뭐, 그래봤자 보스턴으로 간다고 치면 거기에 사는 이민간 친구네로 들여놓고,
후쿠오카에는 지금 아버지가 이혼 하신후에 혼자 살고 계신다.
엄니는, 물론 나랑 인천시청옆에 살고있다.
그리고, 생각을 해 봤다.
왜 후쿠오카일까.
왜 우리 아부지는 후쿠오카로 가셨을까.
내가 어린시절부터 아부지는 외국어 책을 읽히셨다.
[대한민국은 섬이야. 육지로 북쪽은 남북으로 갈라졌으니,
육지로 갈 곳은 없지 않냐.
섬나라가 사는 방법은 외국의 문물을 얻기 힘들기때문에
좀만 게을러지면 인간이 생존을 못해.
그러니까 외국껄 배우고 섬나라에 적응시켜야돼.]
라나 뭐라나 해서 어린시절엔
[뭐야]
라는 표정으로 히라가나, 가타가나를 배웠다.
근데 생각을 해 봤다.
왜 후쿠오카일까.
왜 우리 아부지는 후쿠오카로 가셨을까.
우리 아부지, 땀띠 난다고 여름은 뒤질라게 싫어하셨는디.
삿포로 같은데나 아오모리라면 겨울이 좀 더 길고 괜찮지 않나.
근데 후쿠오카는 남쪽아녀.
태풍도 조낸많은동네아녀.
근데 아부지는 왜 거기로 갔을까.
{따르르릉}
[예. 여보슈.]
{야 이 썩을놈아, 일할때 여보슈라고 하랬냐?
손님 다떨어지게 뭔 바보짓이야!?}
[아부지, 귀아파요. 살살말해요.]
{애시당초 니 업무태도가....}
[아부지, 제 전화기에 아부지 전화온거 번호표시 돼요.]
{있지,}
[아부지 전화기도 전화번호 표시되는걸로 바꿔드렸잖아유.
일본에서 좋은 놈으로]
{예라이 썩을놈아, 자랑이다. 정말}
..순간 난 내가 뭘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근데유 아부지 왜전화했어요.]
{아. 우리 신입사원 뽑았다.}
[손님도 적은데 그게 돼요?]
{니 애비는 후쿠오카 시내만 하루 왔다갔다하면 허리아파 뒤지겠다.}
[그러니까 배같은 코스를...]
{야, 바다가 재밌냐? 어지럽고 춥고 바람불고...}
[그래서 아부지가 맨날 배 빌려타고 바다나가서 낚시하고 회쳐먹어요?]
{야. 낚시라는건 말이야, 스킬이 있어야돼, 스킬이!}
...우리 아부지는 저런 말투를 쓰셔도 벌써 예순이 넘으셨다.
일본에 살면 다 저렇게 되는건가.
{어쨋거나 받아봐라. 카츠리 양이다.}
[후아아아아아아아아!!!!]
.....무어야 이년은?!
매너라는 게 없는건가?
[안녕하신지, 그쪽?]
그쪽?
이건 뭐 한국어 배우다 만 사람인가.
[엔카이 카츠리(遠海勝) 입니다. 누구세요?]
엔카?
이름 참 독하게 지은 모양이네.
엔카 매니안가...
[케이지. 라고 부르세요.]
[헤에.]
[デメ、 日本人カヤ?]
뭣이?
[이봐요. 전화한지 몇초 되지도 않아서 고함을 지르지 않나,
데메라고 부르지 않나,
이런 비 매너는 너무하는거 아닌가요?]
[아저씨가 그래도 된댔는데요?]
.....아부지, 내가 반말한게 그렇게 속상하셨심까.
[엔카이의 엔은 원근감의 원짜고요, 카이는 해위(海尉)의 해자에요.
카츠리는 그냥 승리의 승자에요 바다낚시의 츠리(釣)를 써요.
케이지는 어떻게써요?]
한글을 이해는 하는 모양이네?
[어. 케이지라는건 영어로 HIJK 를 앞의 HI 빼고,
나머지 두개 뒤집은것도 돼.
케이지의 케이는 음...경잔데... 찾기 졸라게 힘들거고,
지짜는 진품의 진짜.]
[아. KBS 진품명품의 진짜?]
뭐야, 잘아는건가.
[그러면 뭔진 모르겠지만 이름이 케이친이 되겠네요.]
응?
[근데 경진이란 이름엔 여자가 많지요. 그쵸?]
[난 남잔데?]
[그건 카츠리가 남자같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단건가요?]
뭔소리야?
[아니면 엔카이를 생각하고 야사이 아키씨(八代亞紀)를 떠올렸다거나..]
....역시 인지는 하고있는건가?
[실망이에요. 전 이래봬도 영국 UK차트만들어요]
...전혀 매치되지않는데?
[어쨋거나 반가워요 케이친!]
시꺼.
[그냥 귀찮으니까 케이지라고 불러줘요. 정식이름도 아니니까.]
[혹시 케이지씨를 고토 케이지씨 보고 베낀건 아니죠?]
아니래니까...
그런 아저씨..
[들어보니까 초강전기 키카이오 좋아한다는 거 같은데]
..뭐지....스토킹 당한건가?
[전 그 한정판 피규어 집에 가지고 있어요.]
뭣이!
[말이 없는거 보니 아키바에서 헤맨사람 맞군요.]
...낚였나?
[뭐, 애니메이션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진같은거 하면 뭐..말다했죠.]
...이건 내가 부모한테도 안들킨 내용을 왜 다 아는거지?
[あんたさん,オタクだな]
아 정말이지 무슨 지랄같은 경우가 다있대냐.
얘는 정체가 뭐지?
[있잖아요. 그나저나 핵심부터 말할게요.]
[저기 말씹지 마시고 들어요]
....
[이제부터 나가사키 해안온천을 비싸더라도 코스로 넣도록 해요.]
?
[나는 오늘, 9월 9일 당장부터 나이 하다치 가 된 엔카이 가 경영권자!
그런고로 우리집 자산인 나가사키 샌드락 온천 등록 할인가 적용할게요.]
뭐?
부잣집 딸년이야?
[잠깐.]
[왜요.]
[저기...카츠리사마...]
[사마는 옘병. 편하게 불러요.]
?
[아니..그게... 카츠리사마같은 부잣집 아가씨께서 경영권에...
근데...요즘은 불경기고요...]
[아니 그러니까 전재산이 바닷가에 온천물 나오는 집 하난데,
뭐 대수라고 그러냐고요]
응?
[근데, 웬만하면 나이 20에 경영권 받는거 어렵잖...]
[몰라요. 아버지가 원래 호주이신데, 배타고 나가선 갑자기 편지로]
[애비는 컨테이너선에서 살란다]
[래니, 나도 미치겠는걸요.]
........뭔가 복잡한데...이거;;
[결론은 닥치고 여기 입실료 싸게해줄테니까 사람들 모셔와요!]
...
[애비다.]
[아부지.]
[응.]
[나 쟤 싫어!!!!!]
[그럼 어쩜좋냐. 아부지는 이미 그 여관에서 무전취식했는데.]
[아부지....]
[회 참 잘뜨드라. 카츠리.]
......
옘병. 결국 회에 낚이셨슈.
누가 인천에서 횟집 안해보셨던 분이랠까봐.
하기사 나도 광어 한마리 잡는날엔 뒤지게 좋았는디.
[뭐 하여간, 그런거다. 손님 모이면 또 말해. 코스 예약해둘게.]
[옙 알겠심다. 그럼 쉬세유.]
.....젠장.
내 아무리 한달에 한두번 왔다갔다하는 일본 관광가이드래지만
정말 가기 싫게 될지도 모르겠다...
잠깐만.
왜 후쿠오카일까.
왜 우리 아부지는 후쿠오카로 가셨을까.
일본은 어디에 살든 고기잡이는 쉬울텐ㄷ.....
가 아니다 옘병!
카츠리한테 낚이신건가!
....워매 아부지 어쩜좋아...(...)
이 뭐 아부지 구출해드리고 싶긴한데 뭐 저래 카츠리한테 잡히면
...뭐 알아서 하래지.
에후 엄미,
우리 아부이 왜 저런디야.
사람이 회 말고는 대체가 다 정신차릴양반이
왜 듣도못한마을에 짱박히겠다 그랬나 했더니
옘병 일본에서 작업을 하셨는지
아니면 잡혀서 거품무는지
알거없게생겼슈.
예라이 죽으면 횟감이 피부로 올라올 아부지.
정말로 왜 후쿠오카 같은델 가셨슈.
에휴...
[長崎芸者]
KJ
이번화의 옘병.
카츠리는 직업이 뭘까.
그냥 20세 소녀?
온천집 주인장?
아니랜다.
그녀가 19살 364일째 날까지 했던 직업은
다름아닌,
정말 미칠듯 하지만,
사실이랜다,
이게 말이 되냐 싶지만,
본인이 그렇대는데 어쩌나.
우리 아부지도 못믿었대지만
뭐, 사진이 증명하니 뭐......
그 직업이 뭐냐면
버스운전기사랜다.
일본에서 버스 운전면허 취득하고(고딩1년)
고딩 졸업후 정식으로 후쿠오카의 한 버스회사에서 일한지 3개월만에
집으로.
옘병.
이게 무어어어야!!!